[취재파일] 보도국의 영화담당 기자는 이렇게 삽니다
지난주부터 새롭게 영화와 콘텐츠 분야를 취재하게 된 최호원 기자입니다. 영화와 콘텐츠 분야는 예전에도 한 차례 담당해서 그리 낯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영화계에 다양한 일들이 있었더군요. 할리우드 직배사 &'소니&'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고, 영화 &'국제시장&'을 놓고 벌인 진보·보수 간의 기싸움도 있었고요. 지난 1월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둘러싼 상영관 독과점 문제로, 최근엔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과 부산시 간의 갈등으로 시끄러웠습니다. 저는 돌아와 한창 영화계의 각종 뉴스들을 정리하며 업무를 익히고 있습니다. 제가 영화 담당으로 돌아와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역시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어서 좋겠다&'라는 말입니다. 뭐, 사실입니다. 영화담당 기자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바로 영화보는 일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 뉴스 리포트가 절로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그 이후부터 고민이 시작되죠. 오늘 취재파일은 제 업무 상황과 고민을 좀 소개해볼까 합니다. 저희 보도국 동료들도 궁금해하는 내용이죠. 앞서 말씀드린 영화 관람부터 설명을 드립니다. 통상 영화가 처음 공개되는 곳이 바로 &'언론시사회&'입니다. (영화제 출품을 통해 사전 공개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일주일에도 보통 4,5편의 언론시사회가 있는데요. 보통 보도국 영화담당 기자들은 주요 한국영화와 할리우드 직배사들이 갖고 들어온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중심으로 참석을 합니다. 돈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영화들입니다. 물론 중소 규모 한국영화와 다른 외화들도 챙겨봐야 하죠. 별도의 시간을 내야 합니다. 생각보다 영화를 챙겨보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중요한 영화들조차 리포트 제작과 다른 취재 때문에 시사회에 불참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결국 1주일에 시사회 한두 곳 정도만 가죠. 더 많이 가려면 다른 취재나 업무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 놓아야 합니다. 보통 영화사의 시사회는 왕십리CGV,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주로 합니다. 이밖에 용산CGV나 메가박스 코엑스 등에서도 열리죠. 서울 목동 SBS에서 왕십리나 건대입구 시사회를 갔다오면 사실 오후가 다 날아갑니다. 오후 2~4시의 언론시사회 직전 오후 1~2시 사이에 배우 감독들의 인터뷰가 진행됩니다. 영화·연예 프로그램과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 그리고 지상파 뉴스팀들이 나눠서 차례로 진행합니다. 배우와 감독들은 비슷한 질문에 두세 번 답하는 셈입니다. (영화 연예 프로그램의 경우 언론시사회 이전에 제작발표회 등도 취재를 해 인터뷰를 풍성하게 담아갑니다.) 지상파 뉴스의 경우 시시회 당일 인터뷰를 곧바로 쓰지 않고, 해당 영화에 대해 정말 뉴스 리포트를 만들 때 사용합니다. 시사회 상영관에 들어가면 기자들과 평론가들, 그리고 영화계 관계자들이 앉아 있습니다. 경쟁 영화사나 배급사의 영화가 얼마나 잘 재미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필요하면 자신들이 갖고 있는 영화의 배급 시기를 조정하기도 하죠. 기자와 평론가들은 영화 시작 전부터 노트와 펜을 꺼내놓고 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어두운 상영관 안에서 장면장면마다 메모를 합니다. 남다른 기사와 평론을 하기 위한 노력들이겠죠. 이렇게 영화를 보는 사람들과 보다 편안하게 영화를 보는 일반 관객들의 감상이 같을 수 없겠죠. 저는 편하게 영화를 보는 편입니다만, 영화를 꼼꼼히 보고 싶은 일부 기자들은 주변의 물마시는 소리나 팝콘 먹는 소리에까지 예민하게 반응하며 &'조용히 하라&'고 항의를 합니다. 언론시사회와 별도로 극장주나 투자자, 배우들을 대상으로 한 VIP시사회도 있습니다. 극장주들은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상영관을 얼마나 내줄지를 결정을 하게 됩니다. 언론시사회에서 못 본 영화는 개봉 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일반시사 일정을 찾아가야 합니다. 일반 시사는 보통 오후 7시 안팎 밤에 진행됩니다. 일반 시사까지 못 보면, 최소한 개봉일 당일이라도 영화를 보도록 노력합니다. 물론 모든 영화를 다 보는 것이 아닙니다. 화제작이나 주제의식이 명확한 영화들로 8시 뉴스 리포트를 할 가능성이 있는 영화들입니다. 최악의 경우 영화사에 특별히 부탁해 동영상CD를 받아 노트북으로 보게 됩니다. 보안 등의 이유로 어렵다는 답변도 듣습니다. 이렇게 보는 경우는 영화관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 감동을 느끼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 업무는 사실 영화를 보고 나서부터 시작됩니다. 영화에 대한 세세한 정보는 이미 인터넷에 다 공개가 돼 있죠. 제 이메일함은 영화 정보를 담은 홍보대행사들의 보도자료로 늘 가득 합니다. 여름 시즌이면 하루에도 80~100개씩 오기도 합니다. 홍보대행사 분들께 전화 연락을 해 영화의 예고편이나 하이라이트 영상들을 받아서 SBS 내부 영상 DB에 넣어둬야 합니다. 주요 영화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영화 영상을 챙겨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개인적으로 이번 주의 추천영화 세 편을 선별합니다. 이 세 편은 매주 목요일 오전 뉴스프로그램에서 &'이번주 개봉영화&' 리포트에 소개됩니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영화를 제일 위에 씁니다. 보도자료에 있는 흔한 홍보문구와는 좀 다른, 직접 본 사람으로서 추천하는 느낌으로 쓰려고 합니다. 하지만, 제 업무는 단순한 추천영화 선정이 아닙니다. SBS의 메인 뉴스프로그램인 &'8시 뉴스&'에 영화 관련 리포트를 하려면 더 깊은 고민과 취재가 필요합니다. SBS에는 영화 관련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정통 영화 소개 프로그램인 &'접속 무비월드&'(토요일 오전 10시55분/ 클릭)가 있고요. 배우들의 동정에 좀 더 집중하는 &'한밤의 TV연예&'(수요일 오후 11시15분/ 클릭)가 있죠. SBS파워FM(107.7MHz) 라디오엔 &'공형진의 시네타운&'(오전 11시/ 클릭)과 &'이동진의 그럼에도 불구하고&'(새벽 2시/ 클릭)에서도 영화소개 코너가 있죠. 여기에 저희 SBS PD분들이 운영하는 인기 팟캐스트 &'시네타운 나인틴&'까지. 그래서, 보도국 영화담당 기자는 늘 좀 다른(?) 리포트를 요구받습니다. 물론 영화를 소개하는 방식의 리포트도 합니다만, 되도록 사회문화적 해석과 산업적인 분석을 더해야 한다는 고민을 갖고 있습니다. 즉, 영화만 보고 다녀서는 아무 것도 손에 쥘 수가 없습니다. 영화를 보고와서 이것을 어떻게 8시 뉴스 리포트로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저뿐 아니라 공연이나 미술, 대중문화, 문화재 등 취재하는 저희 문화부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고민이겠죠. 그래서 잡지도 살펴보고, 파워블로그 글도 읽어봅니다. 트위터도 둘러보죠. 여기에 해외 박스오피스 상황도 챙깁니다. 서른 곳이 넘는 홈페이지를 즐겨찾기로 보관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활자&' 취재는 영화를 깊이 이해하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산업과 영화업계를 아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사, 투자사, 극장 분들을 만나러 다닙니다. 사실 뉴스와 정보는 여기서 나오죠. 영화에서 시작된 취재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 다른 콘텐츠 분야로의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리포트 내용과 방향을 정하고 나면 먼저 부서 내부 회의에 발제를 합니다. 그리고, 동료들의 평가와 조언을 받습니다. 부장의 승인을 받은 뒤에는 다시 보도국장이 주재하는 부장단 회의도 통과를 해야 합니다. 보통 하루 8시 뉴스의 리포트 수가 24개 안팎 됩니다. 검찰 수사, 정부 정책, 사회 부조리를 다룬 쟁쟁한 리포트들 사이에서 시청자들에게 의미있는 문화 뉴스를 만들려면 허술하게 일할 수 없습니다. 다음 취재파일에는 영화콘텐츠 관련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S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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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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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